[이슈프리즘] '가장 우울한 나라'의 남다른 회복력

입력 2024-01-30 18:01   수정 2024-01-31 00:26

미국의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이자 유명 인플루언서인 마크 맨슨의 유튜브 동영상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가 연일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세계 1위 자살률, 청년세대의 극심한 불안감 등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병리 현상을 심리 전문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내용이다.

그는 “한국의 정신건강 위기는 산업·문화 분야에서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을 거둔 나라의 부수적 피해”라고 진단했다. 스타크래프트 방정식으로 대변되는 치열한 경쟁시스템, ‘전부 아니면 전무’식 교육시스템, 유교적 전통 가치와 물질주의가 상충하는 모순이 한국 사회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키우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맨슨은 “‘프로팀 하우스’ 등 합숙을 통한 치열한 경쟁으로 선수를 키우는 스타크래프트 공식이 K팝, 스포츠는 물론 삼성 등 기업문화에 이식되면서 경쟁력을 키웠지만 사회적 우울증이라는 낙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노인 빈곤과 세계 1위 자살률, 이를 지켜본 젊은 세대의 경제적 안정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 내부의 압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맨슨이 주목한 것은 한국 특유의 복원력이다. 그는 “한국의 진정한 힘은 눈부신 경제성장과 커진 대중문화 지배력이 아니라 내부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는 남다르고 특별한 회복 탄력성”이라고 강조했다.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해법을 찾으려는 개방성이 경쟁력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과거 허물을 쉬쉬하던 우리 사회는 2000년대 들어 치부를 과감히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분야가 대표적이다. 반지하의 실상을 드러낸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콘텐츠의 대부분이 사회 부조리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는 ‘냄새나는 것은 뚜껑을 덮어두라’는 속담처럼 사회 내부를 겨냥한 비판을 꺼리는 이웃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와 대비된다. 2018년 칸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찬사와 금의환향 대신 질타를 받았다. 아동 양육의 허점과 가족 해체를 조명한 영화를 두고 일본 내에서 “일본에는 그런 가족이 없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한국이었다면 아동 양육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촉구하는 언론 기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국내외 비평가들이 “한국 영상 콘텐츠의 힘은 사회 모순과 부조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문제의식”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영화가 던진 사회적 화두를 직시하고 공동체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도 아직 우리 사회가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요즘 주변에서 우울한 통계는 차고 넘친다. 2003년 이후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리는 자살률(2022년 10만 명당 25.2명), 세계 최악의 합계출산율에 2022년 정신병동 입원환자의 22%가 10~20대라는 소식까지 하나하나 버거운 과제다. 사회적 갈등의 사전 관리, 사회 통합 정책, 안전망 확대 등 지금까지 거론된 외과적 처치만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아젠다들이다. 전대미문의 저출생률을 경제적 지원을 확대한다고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대증 처방과 달리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심리 부검을 통한 내적 회복력을 찾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계 최악의 출생률과 자살률, 청년층의 상실감을 치유하는 게 우리 사회의 회복 탄력성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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